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는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는가?

1)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바람을 피우고 딴 살림을 차린 남편이 그 처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면,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혼청구를 받아들인다면, 한마디로 말해서 말도 안되는 결론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이러한 법리를 유책주의라고 합니다.

 

 

즉 어떤 경우에 이혼을 허용하는지에 관하여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있는데, 유책주의는 혼인파탄에 책임이 없는 쪽에서 책임이 있는 쪽을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면 이는 허용한다는 개념이고, 파탄주의는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혼인관계가 파탄 났으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우리법은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까지 법이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제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이에 파탄주의가 가미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2) 그래서 우리 법원도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되,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3) 아래의 사안은 대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한 사안입니다.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이후 원고가 무면허 운전 등으로 입건되어 구약식 기소되자 피고는 1999. 7.경 및 같은 해 11.경 자신의 어머니인 소외인 등으로 하여금 담당 재판부에 원고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게 하였고,

 

나아가 2000. 4.경에는 원고가 피고의 돈을 보고 접근하여 정략 결혼을 하였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1998. 1.경부터 1998. 7. 15.까지 사이에 4차례에 걸쳐 피고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고소를 하여 원고가 도로교통법위반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징역 6월 및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실,

 

 

또한 피고는 원고가 구속된 후 원고를 상대로 혜화동 부동산에 관하여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절차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원고가 피고의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로 주소를 기재하여 의제자백으로 승소판결을 받아 2000. 6.경 혜화동 부동산을 처분하고,

 

그 처분대금으로 혜화동 부동산에 설정되어 있던 원고 명의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와 전세보증금반환채무 등을 변제공탁하였으나, 명륜동 부동산과 관련된 원고의 채무는 전혀 변제하지 아니하여 현재까지도 금융기관에 합계 7억 원이 넘는 원고 명의의 채무가 남아 있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인 피고는 원고와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 또는 다른 이유로 표면상으로만 이혼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 사건 이혼청구는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므189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