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관계에 있는 남편이 병으로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처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면 유효한가?

사실혼관계에 있는 남편이 병으로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처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면 유효한가?
1) 서울가정법원은 사실혼관계에 있는 남편이 병으로 의사무능력(중증치매)인 상태에서 부인이 혼인신고를 했어도 이는 유효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즉 법원은 사실혼 부부 중 일방이 장기간 연락이 두절되어 혼인의사의 유지 또는 철회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사실혼관계라는 이유로 혼인의사를 추정하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고, 이는 어느 일방이 의사무능력상태인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습니다.

2) 그런데 어떠한 경우에 일방적인 혼인신고가 일어나게 될까요? 이러한 경우는 예컨대, 사실혼부부 중 처가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녀를 남편의 호적(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려고 하는 경우, 또는 사실혼부부의 남편이 중병에 걸려서 사망이 임박해 있는 경우에 처가 남편의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얻기 위한 경우 등을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위 후자의 예에서 처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남편 또는 남편 사후에 처가 없다면 위 남편의 상속인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위 남편의 부모(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들이 위 혼인신고에 대하여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을 것인데, 위에서 말씀드린 서울가정법원의 판결사안이 바로 이런 경우였습니다. 즉 남편이 대학이사장인데, 중병으로 의사무능력상태에 빠지게 되자, 사실혼관계에 있던 처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남편의 형제들이 혼인무효를 주장한 것이지요. 즉 궁극적으로는 상속권 다툼이라고 보여집니다.

3) 혼인신고가 유효하려면, 당사자간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필요합니다(민법 제815조 제1호). 여기서 혼인의사의 합치란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이므로, 동성간에 혼인하겠다는 의사는 유효한 혼인의사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가 아니라 어떤 방편을 위하여 혼인신고를 하는 경우, 즉 가장혼인도 혼인의사가 결여된 경우로서 무효입니다.

4) 사실혼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더라도 혼인은 유효한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사실혼성립당시 당사자쌍방에게 존재한 혼인의사는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존속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사자 일방이 명백하게 혼인의사를 철회하였다거나, 쌍방이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한 이후의 일방적인 혼인신고는 무효가 됩니다.

 

 

판례사안들을 보면,

사실혼부부(8년 동거) 중 일방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였는데 신고 후 다른 일방이 3년간이나 아무 이의가 없는 경우에는 혼인의 합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협의이혼 후 처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였는데 그 사실을 알고 혼인생활을 계속한 경우에는 남편도 처와 혼인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으며, 사실혼관계에 있는 당사자 일방이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 상대방의 혼인의사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혼인의사를 명백히 철회하였거나 당사자 사이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혼인은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므1329 판결].

5) 한편 혼인의사의 성립에는 의사능력이 필요한데, 위 모두에 기재한 사안에서는 남편의 형제들이 위 남편이 의사무능력상태에 빠지기 전에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른 판결이라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