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부부의 임차권승계

사실혼 부부의 임차권승계

1) 예컨대, 사실혼 부부가 임대차계약서상의임차인 명의를 어느 일방으로 하여 살다가 그 명의자가 사망하면, 남은 일방이 임차권을 승계할 수 있을까?

2) 상속권은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인정될 뿐,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 사례의 경우에 남은 일방이 사망한 다른 일방 명의의 임차권을 승계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결론은 생존한 일방의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런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는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고, 임차인이 사망한 때에 사망 당시 상속인이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와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4) 한편 공무원연금법 등 각종 연금법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배우자에 포함시켜서 연금수급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사실혼배우자와 법률혼의 배우자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는 경우와 같이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법률혼의 배우자가 유족으로서 연금수급권을 가진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5) 위 내용과 관련하여, 예컨대, 법률혼관계에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법률혼의 처를 집에 놔둔 채 다른 여자와 세를 얻어서 사실혼관계에 있다가 사망하였다면, 그 경우 임차권은 누가 승계하게 될까? 생각건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경우는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그 이유는 위 사안에서 법률혼의 처에게 이혼의사가 있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의 경우는 ‘중혼적 사실혼’ 즉 법률혼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사실혼관계가 성립한 경우인데, 위 사안에서는 남편이 일방적으로 가출하였을 뿐 이혼의 합의가 없는 경우이므로,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이 경우의 중혼적 사실혼은 정당한 사실혼관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라야 하고,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다른 한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자동차종합보험의 부부운전자한정운전 특별약관에서 규정하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의 해석에도 적용되며,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보험계약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84141 판결].

그리고 대법원은 ‘중혼적 사실혼관계일지라도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4161 판결].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법률혼의 처가 임차권을 단독상속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