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중 작성한 각서의 효력

혼인 중 작성한 각서의 효력
1) 개정 전 민법 제828조는 부부간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부부의 일방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위 조문은 2012. 2. 10. 삭제되어, 위 일자로부터 곧바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2) 위 규정이 개정되기 전에는, 부부간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부부의 일방이 취소할 수 있으므로, 예컨대, 남편(또는 처)이 혼인생활 중 처(또는 남편)에게 잘못한 점이 있어서, 향후에는 잘하겠다는 취지에서 작성한 각서(예를 들면, “향후에 또 다시 담배를 피우면 벌금 1천만원을 준다”, “향후 또 다시 처를 폭행하면 전 재산을 처에게 준다”는 등의 내용)는 작성자인 남편(또는 처)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면 그 효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각서내용대로의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다만 이혼재판에서 어느 일방의 혼인파탄에 대한 귀책사유 입증을 위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3) 그러나 위 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부부간의 계약도 혼인 중 부부일방이 이를 임의로 취소할 수 없게 되고, 그 효력이 인정되게 되었습니다. 한편 혼인 중 작성한 각서의 내용은 법률적으로 증여계약인 경우가 대부분인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는 민법 제555조와 관련하여, 위 각서는 서면으로 증여의사가 표시된 경우이므로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부부간의 계약이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았고 그 내용이 증여계약인 경우 민법 제555조에 의하여 양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이를 해제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인데, 위 증여계약의 내용이 재산분할계약인 경우에도 위 규정에 의한 해제가 가능할까? 이에 관하여는 재산분할은 부부재산관계의 청산을 기본성질로 하는 친족법상의 법률행위이므로, 일반 증여계약과는 다르다고 보아 위 민법 제555조에 의한 해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유력한 견해가 있습니다.

4) 그렇다면 위 각서의 효력, 예컨대, “향후 남편이...할 시에는 처에게 벌금 1천만원을 지급한다.” 또는 “향후 처가 ...할 시에는 남편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한다.”, “향후 또 다시 처를 폭행하면 전 재산을 처에게 준다”라는 내용이 있을 때, 각서를 받은 상대방이 그 작성자를 상대로 위 각서내용대로의 이행을 청구할 때, 법원이 그 효력을 그대로 인정해 줄 것인지가 문제되는바, 이는 위 각서 작성당시의 구체적 상황과 경위 및 당시의 상대방의 의사, 위 조항의 구체적인 의미, 위 각서 작성 이후 혼인관계의 지속여부 및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위 각서의 존재 및 작성사실 자체가 인정되는 이상 법원으로서는 위 각서의 기재내용대로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위 각서내용대로 인정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그 사유를 주장입증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선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지만,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하는바(민법 제107조 제1항), 위 각서 작성 당시의 구체적 사정 및 그 과정에서의 상대방의 인식내용에 따라서는, 예컨대 사실은 남편이 위기상황을 일시 모면해 보기 위하여 부득이 각서를 작성한 것이고, 그 각서작성을 요구한 처 또한 남편이 위 각서의 내용대로 할 것이라고는 별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다만 남편이 위 각서를 작성함으로써 향후 재차 실수를 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하는 측면이 강했고, 향후 남편의 귀책사유에 대한 증거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라면, 위 각서는 무효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저하게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는 각서라면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고, 위협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작성된 것이라면, 그 또한 무효 내지 취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법원이 각서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법원이 위 각서에 기재되어 있는 금액을 감액하거나 내용을 적정하게 축소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즉 그 조항의 전체적인 의미가 징벌적인 의미가 강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서기재 그대로 인정될 수도 있겠으나, 손해배상의 예정으로서의 의미가 강할 때에는 그 액수가 과도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정하게 감액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5) 한편 각서에 재산분할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경우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하여, 과거에는 위 재산분할에 관한 내용이 이혼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즉 대법원은 『혼인 중에 금전문제로 불화가 있어 오다가 모든 재산을 배우자 일방의 소유로 한다는 각서를 교부하고, 그 후에도 처분권을 위임하는 관련 서류를 교부하였으나 그 각서 또는 관련 서류 교부 당시 이혼에 관한 언급은 없었고, 그 후로도 혼인관계가 계속된 점 등에 비추어 그 각서 또는 관련 서류 교부로써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므318,325 판결].

 

 

위 사안은 이혼시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각서 내용대로의 재산분할을 주장한 것을 배척하면서 내린 판단입니다. 그리고 협의이혼을 전제로 하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했는데, 이후 어떠한 사유로든 협의이혼을 하지 않게 되거나 재판상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기존의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그 효력이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한편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①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②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고(민법 제556조),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바(민법 제557조), 위 각 조항은 부부간에 작성된 각서의 경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증여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민법 제558조), 증여계약, 즉 각서작성만 된 상태로서 실제로 그 이행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위와 같은 사유로 인한 해제가 가능한바, “...할 경우에는 전 재산을 준다.”는 각서내용은 위 민법 제557조에 따라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바람 피운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위협에 못 이겨 쓴 10억원의 위자료 각서」는 ‘각서의 공정성이 없어 무효’라는 하급심판결이 있는바, 위 판결의 취지가 모든 ‘위자료 각서’가 무효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