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도 이혼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나?

채무도 이혼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나?

1) 과거에는 부부의 일방이 청산의 대상이 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총 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재산분할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었습니다.

 

예컨대, 처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을 청구한 사안에서, 처의 적극재산은 0원, 소극재산(빚)은 0원이고, 남편의 적극재산은 100원, 소극재산(빚)은 200원일 때, 이들 부부의 총 재산가액은 100원(0원 + 100원)이고 채무액은 200원(0원 + 200원)이어서, 총 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면 -100원으로서 남는 금액이 없으므로, 이 경우에 처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재산분할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종전의 대법원의 입장이었습니다.

 

 

2)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는바, 소극재산(빚)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그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고, 이러한 결론이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에 맞고,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에도 부합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전원합의체 판결].

 

위와 같이 변경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위 사례의 경우를 살펴보면, 위 사례에서 남편도 처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면, 남편의 위 재산분할을 구하는 취지는 결국 자신의 빚을 처로 하여금 나누자는 것이 되는데, 이 경우 법원은 남편이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등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처가 일부 분담하는 형태로 재산분할을 명하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일률적인 어떠한 비율로 위 채무를 분할하여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채무부담의 경위, 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를 분담하게 할지 여부 및 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할 것이라고 대법원은 판시하고 있습니다.

 

 

3) 위 대법원의 변경된 판결에 대하여는 일부 대법관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변경된 대법원판결에 의한다면, 가뜩이나 남편에 의하여 가정경제가 파탄나고 급기야 부부관계도 파탄에 이르게 되어 처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 처는 남편이 부담하였던 빚을 떠안을 수 있는 위험 때문에 결국 이혼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그러므로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혼시 재산분할에 의하여 상대방의 빚을 일부 부담할 수도 있게 된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하겠습니다.

 

5) 다만 위 변경된 대법원판결의 사안은 처인 반소원고만 빚을 지고 있고 남편인 반소피고는 적은 금액이나마 적극재산을 지니고 있어 처가 그 명의로 된 채무의 분담을 요구한 사안이었습니다. 따라서 위 사안만 놓고 본다면, 변경된 위 대법원 판결은 처인 여성에게 유리한 판단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고 겸 반소피고(남편) :

적극재산 - 우체국 장기주택마련보험 해약환급금 예상액 5,509,190원 대구은행 예금채권 234,820원

소극재산 - 대구은행 대출금채무 3,529,280원

 

피고 겸 반소원고(처) :

적극재산 - 시가 185,000,000원 상당의 아파트 1채

소극재산 - 위 아파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100,000,000원

국민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 96,045,008원

삼성화재에 대한 대출금채무 11,776,021원

대한생명에 대한 대출금채무 15,870,000원

교보생명에 대한 대출금채무 3,180,000원

 

반소원고(처)와 반소피고(남편)의 총재산가액 190,744,010원(=5,509,190원 +234,820원 +185,000,000원)에서 채무액 230,400,309원(=3,529,280원 +226,871,029원)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사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