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사유인 부정한 행위와 간통

이혼사유인 부정한 행위와 간통
1)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하거나 그와 상간한 자는 간통죄로 처벌되는데(형법 제241조 제1항), 여기서 간통은 배우자 있는 자가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갖는 것, 즉 성교행위를 의미합니다(강간을 당한 것이라면 간통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성교행위 이외의 키스 등의 애무행위는 경우에 따라서는 간통의 미수에 해당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형법은 간통의 미수는 처벌하지 아니하므로, 결국 성기의 결합을 의미하는 성교행위만이 간통죄로 처벌되는 것입니다.

2) 민법 제840조 제1호는 재판상 이혼사유로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들고 있는데, 간통은 부정한 행위에 포함되는 개념으로서, 부정한 행위는 간통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범위의 개념입니다. 따라서 포옹이나 키스도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어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포옹이나 키스의 구체적 경위, 포옹 내지 키스가 이루어진 장소, 그 빈도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도 있겠지요.

3) 문제는 간통현장을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간통현장의 사진이나 목격자의 증언이 필요할 것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간통이란 ‘성교행위’를 의미하므로, 이를 목격하거나 그 사진 내지 동영상으로 촬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다만 대법원은「서로 사랑하여 상대방을 재혼대상으로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성인 남녀가 심야에 여관에 함께 투숙하였고, 투숙한지 1시간 30분 가량 지난 뒤에 그들이 함께 묵고 있던 여관 객실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 보니 남자는 팬티만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팬티와 브라우스만을 입고 있었으며 방바닥에 구겨진 화장지가 여러 장 널려 있었다면 두 남녀가 서로 정을 통하였다고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비추어 상당하다 할 것」이라고 판시[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974 판결]한 바 있으므로, 이 정도의 정황증거는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위 판례에서 인정한 정도의 증거확보를 위해서는 현장에 경찰과 대동(현행범으로 신고)하여 채증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만약 경찰과 대동하지 않고 타인의 주거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사진촬영 등을 하였다면, 이는 주거침입죄에 해당될 것입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은, 간통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그 사진을 촬영하기 위하여 주택에 침입한 것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한편 위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재판상 이혼사유는 간통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범주의 ‘부정한 행위’를 의미하므로, 여기에 해당하는 증거를 확보하면 비록 간통의 확실한 증거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혼의 사유로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보험모집인인 여성과 유부남이 통상적인 고객과 보험모집인 사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일정기간 동안 상당한 횟수의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아 온 점, 2010. 4월께부터 약 2년 이상 상당히 자주 만나왔고, 만날 때 주로 함께 식사를 하거나 노래방에 가는 등 유흥을 즐기기도 한 점, 위 유부남이 아무 조건이나 담보 없이 자신이 직접 대출까지 해서 위 보험모집인에게 합계1,700여만원을 빌려 주기로 하고 고가의 의류를 여러 차례 선물하기도 한 점 등을 근거로 비록 간통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위 행위들은 부부의 정조의무를 져버린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3. 8. 14. 선고 2012드단22442판결].

4)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고(형법 제241조 제2항),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에라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28조), 위 이혼소송은 간통의 고소인이 제기한 것이어야지 간통의 피고소인이 제기한 것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82. 12. 14. 선고, 82도2074 판결].

 

 

간통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해야 하는데 간통행위시마다 별도로 고소기간이 개시되므로 최후의 간통행위시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고소엔 지장이 없고,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사전동의) 또는 유서(사후승낙)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습니다(형법 제241조 제2항 단서).

 

한편 부정한 행위를 사유로 한 이혼청구는 사전동의나 사후용서를 한 때 또는 이를 안 날로부터 6월, 그 사유 있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합니다(민법 841조). 다만 위 기간 경과로 인하여 이혼청구를 하지 못하더라도, 결국 그러한 사유로 인하여 혼인파탄에 이르게 되었다면, 이때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한 민법 제840조 제1호의 ‘부정한 행위’가 아니라 위 같은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사유로서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