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일하며 지켜낸 나의 이혼, 그리고 다시 찾은 삶의 균형


저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40대 여성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제 삶은 조금씩 제 자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2년 전만 해도 저는 무너져 내릴 듯한 결혼 생활 속에 있었습니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13년이었고, 그중 후반 5년은 상처와 무관심의 연속이었습니다.

교대 근무에 야간 근무까지 이어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저는 아이를 돌보고, 집안을 챙기고, 남편의 부모님까지 신경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제 일이 '편한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집안일이나 양육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가 늦게 들어올 때면 불평부터 했습니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제가 감정적으로 고립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반응이 없고, 때론 무시하듯 흘려듣는 태도에 자존감이 바닥을 쳤습니다. 병원에서도 환자와 보호자 사이의 감정 소모가 많다 보니, 집이 저의 쉼터가 되기를 바랐지만… 집은 그 반대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남편의 외도였습니다. 오래된 친구와의 관계라고 주장했지만, 저는 이미 그 둘 사이의 문자와 사진을 확인한 상태였고, 변명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마음속에서 '이 결혼은 끝났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아이의 엄마였고, 간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근무 일정이 불규칙해 아이 양육권이 불리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컸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무료 이혼 상담을 받으며 현재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했고, 이후 이혼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직업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을 세워주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병원 근무 스케줄표, 육아 분담 내역, 생활비 사용 내역 등을 꼼꼼히 준비했습니다.

변호사님의 조언에 따라 저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병원 근무 외의 가정 내 역할, 그리고 남편의 육아 기피 태도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증명해 나갔습니다. 또한 남편의 외도 증거는 사설 탐정의 도움 없이도, 제가 수집한 카카오톡 백업 자료와 통화 내역, 카드 사용 내역으로 충분했습니다.

소송은 약 8개월이 걸렸고, 그 시간은 정말 감정적으로 지치는 싸움이었지만, 간호사로 일하며 수없이 위기의 생명을 다뤘던 저로서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환자를 돌보는 마음으로 저 자신과 아이들을 돌보며 버텼습니다.

결국 저는 두 아이에 대한 양육권을 확보했고, 재산 분할에서도 제 몫을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처음엔 아이 한 명만 키우겠다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으로 양육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과 아이들이 저를 심리적으로 더 의지한다는 심리상담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같은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아이들과 하루를 돌아보는 평범한 일상이 너무도 소중합니다. 더 이상 눈치를 보며 숨죽이는 삶이 아니라, 나와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저와 같은 상황에 놓인 분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는 데 결코 주저하지 마세요. 저는 '간호사이기 때문에 이혼이 어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후회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잘 견뎌냈고, 잘 결정했다"고요.